내발로 걸어다닌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 줄 몰랐다.
그것은 저절스러운 것이고 늘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다쳐서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면서 부터 내발로 걸어다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사람이 처음부터 걷지 못한다.
태어나 한 해가 되기까지 기어다니다가 서게 되고 걷게 되는데
살다가 다쳐서 못 걷는 사람도 생기고
늙어서 돌아가기 앞서 걷지 못하고 자리에 눕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늙어서 걷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삶이 삶이 아니다.
걷지 못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따라붙어 도와 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오늘 내발로 걸으며 산다는 것은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커다란 기쁨이요 즐거운 누림이다.
사람이란 우리말을 살펴보면 살다라는 움직씨에 암이라는 이름씨를 만드는 말이 뒤에 붙어서
살암이 사람이 된 것으로 생각되며, 살아 있는 것이란 뜻을 가진 것으로 본다.
무덤이 묻다에 엄이붙어 묻혀있는 것이 되듣 살암은 살아져 있는 것 살아 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목숨을 가진 것이 다 살아있는 것인데 어찌 사람에게만 사람이라 하는가?
붙박살이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붙어있어야 하고
사람아닌 움직살이들은 움직이기는 하지만 말로 서로 뜻을 알리지 못하니
사람이 보기에 살아있다고 하기 답답해서 아닐까?
살아 있다는 것은 내발로 걷고 내 손으로 일하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생각해 내는 데 참다운 삶의 값어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이 오래 살게 되니 늙은이들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움직이지 못하는 늙은이들 또한 많아졌다.
이런 사람들을 돌보는 곳들이 많아지고, 그 아들 딸들이 이 분들을 돌보느라 애쓰고 있다.
탈을 고치고 목숨을 늘이는 솜씨는 날로 좋아지니 사람답게 살지못하고 그져 숨만 쉬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그 지경에 이르면 어떤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얼을 차리고 있는 때에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죽을 길도 마련해 둬야 하지 않겠는가?
수저도 못들고 밥을 넘기지도 못해 대롱으로 먹거리를 넣어줘야 하는 지경에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때까지는 살고 싶지 않은 것이 멀쩡할 때의 생각일 것이다.
요즘 그런 쪽으로 움직임이 있는데 하루 빨리 좋은 길이 마련 됐으면 한다.
튼튼하게 살 때까지 살다가 늙어서 혼자 스스로 살아가기 어려우면 죽음을 기쁘게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한 제 왔으면 또 한 제 가야하는 것이니 살아있을 때 잘 살고 죽을 때는 아름답게 가야하지 않겠는가?
오늘 잔 먼지도 많지 않았고 해도 밝게 비추고 바람도 조금 불어 좋은 날씨였다.
오랫만에 가까운 미르말메에도 오르니 아직 다리가 옹골차게 다 낫진 않았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내 발로 이렇게 오랫만에 메에도 오르니 나무와 풀들이 모두 반갑다.
때는 밤꽃이 피는 철인가 보다 비릿한 밤나무 꽃 내음이 싫지마느 않다.
'생각가는 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라꼬라지가 말이 아니네 (0) | 2019.08.22 |
---|---|
이름과 집안이름 (0) | 2018.06.10 |
종은 어떻게 생겨나고 사라졌나? (0) | 2017.12.18 |
종의 간나들 (0) | 2017.12.04 |
어르신 딱지 (0) | 2017.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