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가는 대로

종의 간나들

하늘꿈꾸미 2017. 12. 4. 06:38

이 나라의 종은 종이란 말을 싫어한다. 

이 나라의 종은 노예나 노비라 불려야 좋아한다. 

종은 새끼도 새끼라 부르거나 불리면 좋아하지 않는다. 

자식이라 부르거나 불리기를  좋아한다. 

노비 노예의 후예라고 하면 무슨 벼슬이라도 한 듯 좋아할 것이다.


종은 우리말이고 노비 노예는 됫말인데, 새끼는 우리말이고 자식은 됫말인데,

됫말로 불리면 높임말이 되고,

우리말로 하면 낮춤말이란다 이게 종의 종다운 생각이다.

우리말모이에 그렇게 나온다 낮춤말이라고!

종이 만들어서 그렇게 나온 것이다.

그런데 요새는 자식이란 말도 값이 많이 떨어졌다.


귀먹은 사람을 귀머거리라고 하는게 우리말인데, 눈먼 사람을 장님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우리말로 하면 엄청 낮잡아 깔보는 말이 되고,

무슨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하면 엄청 높임말 벼슬이름인 줄 안다.


종이 처음부터 제말로 써온 것은 내세워서는 안되는 낮춤말이고, 알범말은 높임말이 되는 것이다.

요새는 양키가 큰소리 치니 모두 양키말로 쓰느라 얼이 나갔다.


종은 스스로 내세울 게 없다.

그러니 훌륭한 알범을 내세워야 한다.

알범이 훌륭할수록 종의 콧대가 높아진다.

그러니 어느 알범을 모시느냐가 종에게는 큰 일이다.

그래서 앞서는 됫나라를 섬기고 그 말을 하늘처럼 받들다가 이제는 양키말을 하늘로 모신다.



종은 억지로 종이 되는 것이 맞을 일이나 스스로 즐겨 종이 되는 일이 적지 않다.

힘이 없어 남의 종이 되는 것이야 어쩔 손 없다고 치나 

제발로 스스로 남의 종이 되고자 하는 어리석은? 약싹바른? 사람들이 없지 않고 많다.

거리에 보람들도 팔몬의 이름도 모두 양키말에 양키글로 써야 팔리는가 보다.

할아버지가 종노릇하니 애비도 종노릇하고 저도 종노릇하고

할아비가 종이었더라도 저라도 깨달아 종노릇 그만 하면 좋으련만

그 핏줄이 어디 가겠는가?


스스로 종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것은 생각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그저 타고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으로 저절로 되는가 보다!

있지도 않은 깨비를 만들어 그 종이 되고

큰나라의 종이 되고 

힘센 사람의 종이 되고 

뉘뉘로 물려물려 종으로 살아가려나 언제까지?


종살이 그만하고 알범으로 살아가려면 

나를 높이고 나의 것을 아끼고 사랑하고 나를 내세워야 한다.

내가 나의 알범이 되어야 한다.

작은 중화인이 되지 못해 안달했던 웃할아버지의 못난 짓을 그만 두어야 한다.

스스로 큰 땅덩어리의 알범이 되고자 했던 거룩한 할아버지의 꿈을 되찾아야 한다.

둘레에 널려있는 종들의 어리석은 짓거리를 깨부수어야 한다.